그녀가 내게 건낸 선물.
고마워, 과분한 선물 :) 리본 풀기 아까워서 풀기 전에 슬쩍 찍어보았다.
나의 20살부터 바로 어제까지, 대학생활 전반과 나의 20대의 연애사와 사회 생활에 있어서 동반자(?)이자 가장 큰 조력자이며 가장 큰 채찍질을 휘둘러 준 (ex; 정신차려! 니가 왜 병신 짓을 사서해!) 그녀가,
지난 달 말에 유부유부유부초밥이 되었다. 아주 곱고 아름다운 자태로, 예의 그 미모를 만 천하에 뽐내며.
( http://blog.naver.com/beloved_ny << 온라인몰에서 보석시계MD를 하고 있는 미모의 그녀, 블로그에 가면 막 결혼 준비한거 포스팅 아주 귀엽게 잘 되어 있음. 물론 사심 가득 담은, 주관적인 평이지만 믿고 읽어봐!라고 감히 일러봄.)
선물사올게 라는 가슴 설레는 말을 남기고 신행을 떠난 그녀는 정말 선물을 사왔고, 최근에 이런저런 개인 신상의 변화가 있었던 나의 이야기를 듣고 근황 업데이트를 하기위해 만나자고 연락해왔고, 결혼한 유부초밥들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인것을 경험한바 있기에 냉큼 기회를 잡았다.
공교롭게도 바쁘고 정신없는 업무를 쳐낸 하루였고, 퇴근 직전에 본의 아니게 어두운 일이 있었더래서 마음이 거시기했지만,
역시 오랜 친구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좀 노곤노곤해졌달까.
그간의 일들과, 결혼 이후의 일들을 얘기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그 전에 다른 기혼자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던 것들(예를 들자면, 결혼하니 제일 좋은게 뭐야(물론 결혼 후 시점시점 별로 다르겠지만 결혼 직후에, 느낀 것을 기준으로), 물어보고 감탄하고 불꽃 리액션을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얘기에 빠져들었다.
굳이,
이 공간에 이렇게 구구절절 쓰는 이유는, 뭐랄까 크게 와닿은 것들 몇 가지가 있어서 글로 남기고 싶어서.?
그녀나 나나, 20대의 지난 시간들 속에서 했던 연애가 그닥 순탄하지 못한 편이었다.
서로 힘든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고 보냈는지 아주 잘 알기에,
우리는 서로의 일을 자기일인양 기억하고 안고있다.
그 가운데에는, 당시 당시에 만나는 이들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불만 등을 토로했었는데(남자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여자들만 아는, 고민을 털어놓기만해도 뭔가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효과. 혹은 털어 놓지만 해도 응어리가 내려간 듯한 효력.)
그녀의 마지막 연애에는 그 과정이 전혀 없었다.
칭찬과 좋아하는 면모를 늘어놓기가 바빴지.
나는 그 점이 좋았다. 그녀의 마지막 연애에 있어서.
물론 그녀의 구남친(이라 쓰고 현 남편. 이라고 읽어보자)이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녀에겐 완벽한 남자였으리라. 그러니 결혼했겠지.
그런 남자를 두고 어제 내게 친구가 말했던 감동스러운 한 마디.
"좀 웃길지도 모르지만 난, 우리 오빠(구남친 이자 현남편) 되게 존경해. 그래서- 어쩌구저쩌구"
.
어릴 적부터 내가 동경했던, 혹은 내가 바랐던 이상향의 남성상은,
'나로 하여금 존경하게끔 만드는 남자'였다.
(거기에, 내 머리 꼭대기 위에 있는 남자. 가 옵션이었었음.)
그리고, 유부초밥이 된 내 친구는 대학 때부터 학업과 가치관 등에 있어서 나보다 월등했고(근데 재미있게도 그로인해 열등감을 느끼기보다는 '역시 우리 ㄴㅇ이는 짱이야'!라는 생각을 더 가졌던 나. 정말 좋아했었다 친구를. 아 물론 성 정체성엔 문제 전혀 없음. 남자 좋아함.) 또 월등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성숙하면서 지혜로운 안목을 가졌던 친구인지라 언니처럼 나를 잘 챙겨주었다.
내게 있어서는 선구자 같은 혹은 등대 같은 존재였달까. 내 인생의 선배와 같은 존재였고, 어쩌다보니(?)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결혼을 하여, 지금은 진짜 인생의 선배가 되어버렸다.
그런 그녀가, 본인이 선택한 그 남자를 존경한다고 수줍게 얘기하는데, 어쩐지 가슴 한켠이 지잉 울리는 듯했다.
20살 새내기 배움터 이후로 쭉 보아온 나의 친구가, 내 앞에서 했던 무수한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빛나는 한마디였다.
결혼하고 나서 제일 좋은건 inner peace를 넘어선, 일상의 평온. 이라는 말도 참 좋았지만 "난 우리오빠 되게 존경해"라는 말이 정말이지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고, 할 수만 있다면 그 순간을 형부와 공유하고 싶었다.
당신 정말 행복하겠다고, 당신 와이프가 당신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좋겠다고.
.
어릴 적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녀의 결혼과, 또 어른이 된 그녀의 모습이 빨리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 참 낯설기도하고
기분이 묘하고, 그녀가 나에게 결혼을 권장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제의 내 친구는 '너도 빨리 결혼해'를 반복했다.
이제 겨우 결혼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이들이지만,
남편을 존경한다는 말을 매우 자랑스럽고 예쁘게 한 내 친구가 '결혼권장멘트'를 날리니, 어쩐지 신뢰감이 마구 솟는달까.
나는 비혼주의도 독신주의도 아닌 사람이기에 언젠가 꼭 결혼을 하겠어!(라기보단, 내 사람하고 평생- 한 집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싶어!에 가깝지) 라는 마음을 늘 품고있는 사람이지만,
결혼의 순기능보다는 어긋난 모습들이 아주 많이 아무렇지 않게 사방팔방에서 보여지는 이 시대에서 결혼을 망설이진 않으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어제 친구를 만나고, 나 혼자만의 희망을 품었달까.
언젠가, 누군가에게, 아니 누구에게든
"내 남자를 많이 존경하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존재(라고 어렵게 썼지만, 사랑하는 사람이지)를 만나게 되면
나도,
결혼의 순기능을 마구마구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희망.
:)
+ 축하해 너의 결혼. 너의 '타자와 더불어 봄이됨'을 축하해.
++ 남은 여생동안 인생 선배로서 훌륭한 모습만 보이길 바라. 넌 내게 교과서 같은 닝겐이야... (ㅋㅋㅋ)